그동안 웹 컨텐츠의 불법 공유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문제해결을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동안 실효를 거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건 일방적 공격과 수비의 관계다.
수비는 항상 방비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지만 공격은 지켜보다가 부실한 부분을 파고들기만 하면 된다.
주도권이 완전히 공격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컨텐츠 사업자들은 그저 당하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는 더 글로리 등 글로벌 대작들이 피해 컨텐츠가 되면서 이런 불법 공유 문제에 불이 붙어 버렸다.
그러더니 무려 원.천.차.단 법안이 나왔다고 한다.
추적 따돌리는 누누티비…접속 원천차단 법안 나왔다
누누티비 웹사이트 캡처. [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누티비'의 접속 차단을 위해 국회에 법안이 발의되면서 실효성을 거둘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누누티비
v.daum.net
변재일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대표발의
국내 캐시버서 설치한 CDN 사업자에도접속 차단 의무 부여 골자
ISP들이 차단하고 있지만 불법사이트 해외 CDN 활용 탓에 글로벌 CDN 사업자들은 법해석 두고 소극적 행태
요약만 보면 사업자에게 접속 차단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지만 사업자들이 소극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밖에 안 보인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누누티비가 국내 캐시서버를 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우회하면서 도메인 파악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사업자뿐 아니라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할 경우, 접속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동안 불법 공유 사이트들은 접속 경로를 우회 하는 방식으로 차단도 피하고, 추적도 피해 왔다.
그래서 URL을 아무리 막아도 금방 부활해서 창작자와 경찰 등을 농락했는데, 아예 그 우회하기 전에 진입 경로 자체를 막아버리겠다는 법안이 나온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상당한 방어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거다.
분명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런데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런 방법을 몰라서 지금까지 안 쓴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1. 일단 이 방법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
'불법 사이트 라는 게 있데~' 정도로 듣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야 차단되면 '아~ 이제 못 보는구나' 하겠지만
이걸 국내 CDN에서 막아봐야 진성 불법 사용자들은 VPN 등으로 해외 CDN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속할 수 있다.
해외에 국내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막을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 해외로 보러 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해외 유통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반쪽도 안 되는 효과를 보인다.
2. 이런 차단 권한은 결국 권력을 변질 되거나 컨텐츠 유입을 막을 수도 있다.
정상 사업자의 경우 이런 차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차단할 것과 그러지 않을 것을 구분한다는 것은 심사가 발생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사업자에게 있어 큰 관문이 된다.
막말로 괜한 트집을 잡아서 차단해 버리면 국내에 컨텐츠 사용을 하려던 사업자는 그 길로 해당 루트를 접어야 한다.
또한 컨텐츠 선택권을 실 사용자가 아닌 사전단계에서 제한하는 일종의 검열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3. 불법 컨텐츠 공유의 책임 소재가 CDN 사업자로 바뀌게 된다.
불법 컨텐츠 공유는 엄연히 불법이고, 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것을 단속해야 하는 의무가 일반 사업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사고를 치는 건 범죄자인데 엉뚱하게 CDN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술을 산 건 고딩인데 처벌은 편의점이 당하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이다.
물론 가시적인 불법 이용자 감소가 있기는 할 것이기에 창작자들 중에 이걸 굉장히 반기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천차단이 아닐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경찰과 검찰의 역할이 강화되고, 외교적 접근이 필요한다.
실제로 누누티비는 여론과 수사 압박에 백기를 들었지 않은가.
'불법 드라마 유통' 누누티비, 결국 백기… "한국 OTT 콘텐츠 삭제"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한국 콘텐츠를 모두 삭제하겠다고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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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 법안은 대단히 기술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근시안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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